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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와 이재효 갤러리

계절의 변화 한가운데서 만난 두물머리 풍광
나무의 무한 변신을 추구하는 작가 ‘이재효’
재료 특성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식 고민 끝에 탄생

에디터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2017-12-08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한 때 ‘꼬리에 꼬리를 무는 ~’ 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마치 꼬리 물기를 하듯 이어가며 알아간다는 의미인데, 오늘은 나도 꼬리 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얼마 전 성곡 미술관의 야외정원에서 보았던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 흥미로워 정보를 찾던 중에 작가의 갤러리 겸 작업실이 양평에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찾아가 보기로 한 것.

 

마침 제주도로 시집을 간 친구가 서울에 잠시 올라와 ‘육지의 늦가을’을 보고 싶다 하여 벗과 함께 늦가을여행을 겸한 산책길에 올랐다.

 

 

두물머리풍광에 멈춘 발걸음

 

그간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며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을 향한 길목에서는 멋진 자연풍광이 펼쳐졌다.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의 물머리가 합류하는 곳이라 하여 두물머리라 불리는 곳.

 

갤러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연이 만들어 낸 또 다른 갤러리의 아름다움에 도취돼 마치 세이렌의 음악소리에 따라 뱃머리를 돌린 선원들처럼 핸들을 꺾어 두물머리로 내려갔다.

 

세이렌의 마법에 걸린 건 우리들만이 아닌 듯했다. 이미 그 곳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지인들과 늦가을여행을 떠나 온 어르신부터, 노란 은행잎이 수북한 벤치에 앉아 둘 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연인, 그리고 히잡을 두른 채 자전거를 타며 생소한 한국의 풍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까지 모두들 깊어가는 계절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실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익히 알려져 왔다. 18세기에 겸재 정선은 한양과 한강 인근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려 ‘경교명승첩’이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33곳의 명승지 중에 족자도를 끼고 도는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절경이 포함돼 있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화강암에 동판으로 새겨진 겸재의 산수화 ‘독백탄’을 만날 수 있었다. 강원도에서부터 굽이굽이 이어진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돼 주던 두물머리 나루터는 지금은 팔당댐이 만들어지고 육로가 생기면서 나루터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잔잔한 강물위로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히 사람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산과 나무, 들판이 보이는 언덕 위 갤러리

 

예정에 없던 일정에 시간이 조금 빠듯해져 부지런히 달려간 이재효 작가의 갤러리는 두물머리에서도 자동차로 약 30여분을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인가는 많지 않지만 산과 나무와 들판이 고루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위치한 갤러리는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장이 함께 있었다. 작품뿐만 아니라 작업과정까지 모두 방문객에게 공개하는 곳이어서 누군가의 설명과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렇기에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이 필수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알게 된 우리는 난감

 

하게 됐다. 그러나 고맙게도 우리의 처지를 이해한 홍보실장님의 배려 덕에 전시실을 둘러 볼 수 있게 됐다.

 

 

 

나무, 돌맹이 등 평범한 재료가 멋진 작품으로 변신

 

이재효 작가는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무토막, 나뭇가지, 낙엽, 돌멩이, 쇠못 등 우리가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작품으로 변신한다. 곶감꽂이 하듯 한 장 한 장 꿰어 천정에서부터 바닥까지 늘어뜨린 낙엽은 수십 개가 뭉쳐지니 마치 하나의 거대한 장벽처럼 보인다.

 

손에 쥐면 바스락하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낙엽 장벽을 걸어가자니 공간을 가득 채운 낙엽의 향이 마치 가을 숲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얼핏 보면 마치 밍크털을 동그랗게 뭉쳐 놓은 것 같이 복슬복슬한 작품의 재료는 중국산 대나무 빗자루이다. 싸릿가지를 일일이 꽃아 반구형을 만든 후에 검은색 칠을 해 아주 멋들어진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야말로 빗자루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이재효 작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나무로 만든 작품이다. 그가 사는 집 주변의 산에서 구하기 쉬운 밤나무를 주로 이용해 나무토막을 얼기설기 엮은 뒤 잘라 내어 나무의 뽀얀 속살과 나이테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물결치듯 휘어진 나무 본연의 굴곡이 잘 살아나게 다듬어 별다른 꾸밈없이도 그대로 하나의 추상작품이 된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재료는 돌멩이이다. 이제는 폐쇄돼 사용하지 않는 인근 폐역사의 철길에서 주워 온 돌멩이들을 철사 줄에 묶어 하나하나 천정에 매달았다. 공중부양하고 있는 돌들을 보니 마치 우주를 떠다니는 운석의 무리를 보는 듯 신비스럽다.

 

설명해 주시는 분의 안내에 따라 돌멩이가 매달린 철사줄을 한껏 잡아당겼다 놓았다. 수많은 돌들이 서로 부딪히며 마치 빗소리 같기도 하고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돌멩이들의 속삭임 같은 조용하고도 묵직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작업방식은 지극히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나무를 여러 개 이어 붙이고 자르거나, 돌멩이를 일정한 높이로 매달거나, 낙엽을 꿰는 방식들은 재료 자체에 큰 변형을 가하지 않고 재료가 가진 성질을 그대로 이용한다.

 

실제로 그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작업에 쓰일 재료를 오랫동안 관찰하며 그 재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난 뒤 거기에 작가의 창의적인 해석이 첨가되며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깨진 도자기 이수경 작가 연상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깨진 도자기를 재료로 작업을 하는 이수경 작가가 떠올랐다. 도자기가 되기 위해 태어났지만, 작은 흠결 때문에 가마에서 나오자마자 깨지고 부서지는 도자기 조각들을 모아 이음새 부분에 금칠을 해 만들어 낸 ‘Translated vase’, 패자 부활전으로 태어나 승자보다 더 멋진 작품으로 변신한 깨진 도자기들의 아름다운 반란.

 

자칫 버려지거나 잊혀 질 수 있었던 것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일 것이다. 나무가 나무다울 때 가장 아름답고 돌멩이가 돌멩이 자체로서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듯이 나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예쁜 것은 풀꽃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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