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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질환과 술

과량의 알코올 섭취, 식도와 위 점막 손상
알코올성 위염과 궤양, 십이지장염과 궤양으로 발전
숙취 해소를 위한 자극적 음식은 오히려 증상악화

정재훈 교수(삼육대학교 약학대학)

2017-11-02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숙취하면 속쓰림, 메스꺼움, 구토, 두통, 갈증, 피로 등과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과음 후에 찾아오는 속쓰림, 메스꺼움과 속 불편함은 “해정(解酲 숙취를 해소함)”이라는 용어

가 “해장(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풀기위해 국과 함께 술을 조금 마시는 일)”으로 변하는데 기여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숙취해소 방법들, 즉 콩나물국북어국, 조개국, 해장국 등도 그 원리를 들여다보면 음주로 인해 불편해진 속을 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주는 일차적으로 소화기에 타격을 가하는데, 타격 강도에 따라 단순 속 불편함을 넘어 식도

열상,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장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선음주-소화기 이상-관련 약물간의 관련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식도의 손상

 술을 마셨을 때 알코올이 처음 손상을 가하는 곳은 식도의 점막이다. 과량의 알코올은 점액을 녹여서 씻어내고 점막의 내피세포를 자극한다. 이와 함께, 식도의 운동을 억제해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식도와 위 사이를 막고 있는 괄약근을 약화시킨다.

 

그 결과, 위에 있던 가스와 산성 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를 손상시켜 식도 내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출혈이 일어나거나 식도 협착이 일어날 수 있다.

 

  1. 위의 손상

 

술을 마셨을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위의 손상이다. 생리 상황에서 위의 벽세포는 소화를 위해 위산을 분비한다. 이로 인해 위내 환경은 pH 2∼4의 강한 산성 상태가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점막이 건전하게 유지되는 것은 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두터운 점액 방어막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도를 거쳐 위로 넘어온 알코올은 위에서도 점액을 녹이고 씻어내 방어막을 파괴하고 점막의 내피세포를 자극한다. 이와 함께, 위산의 분비를 촉진해 공격인자를 강화시킨다. 알코올에 의해 방어벽이 약화되고, 공격인자인 위산의 작용이 강화되면, 위벽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하고 궤양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러한 손상은 십이지장 근위부까지 진행될 수 있다. 즉, 알코올성 위염과 궤양, 십이지장염과 궤양으로 발전될 수 있다. 알코올농도가 강한 독주일수록 이러한 작용은 더욱 강화된다.

 

실제, 음주 후 내시경 관찰 실험에서, 급격히 술을 마신 후 2시간 이내에 위액 분비 증가, 위점막 충혈이 발생했고, 6시간 내에 부종과 염증이 나타났으며, 일부에서 점막출혈이 확인됐다. 흔히, 과음 후 구역질이 난다든지 명치가 답답하고, 신트림이 자주 나며 속이 쓰린 것은 모두 이런 위염과 관련돼 있다.

 

과음 후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커피 음료는 위산 분바를 촉진해 위염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아스피린은 위 공복시간을 증가시키고 위에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알코올 흡수속도와 양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위 점막 출혈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위·십이지장의 염증과 궤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산분비 억제제인 시메티딘, 니자티딘과 라니티딘도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고, 위 공복 시간을 증가시켜 혈중 알코올 농

도를 증가시킨다. 메토크로프로마이드(Metoclopramide)와 같은 위·장운동 항진제들도 위 공복시간을 증가시켜서 알코올 흡수속도와 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음주 시 괴로운 점 중의 하나는 메스꺼움과 구토이다. 알코올과 그 대사체인 알데하이드가 구토를 유발한다. 알코올이 식도와 위 상부를 물리적·화학적으로 자극하고, 이에 대한 반사 반응으로 구토가 일어날 수 있다.

 

알코올과 그 대사체인 알데하이드는 뇌의 연수에 위치한 구토중추를 자극해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드물지만, 알코올에 의해 야기된 췌장염이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알코올이 위 환경을

약화 또는 손상시킨 상태에서 숙취를 풀기위해 섭취한 자극적인 음식은 손상된 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1. 장의 손상

 

소량의 술을 마신 경우 거의 대부분의 알코올은 장에 이르기 전에 흡수되어, 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과음하는 경우나 위에서 흡수 방해가 일어나는 경우 다 흡수되지 못한 알코올은 장으로 이동해 장 점막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

 

알코올은 장 내 세균의 과증식이나 불균형을 유발하고, 내독소와 지질다당체(lipopolysaccharide; LPS)의 생성을 증가시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내독소와 LPS가 혈액 내로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면역기능을 악화 시키는 등 전신 반응을 유발한다. 즉, 장에 도달한 알코올은 세포간 밀착연접(tightjunction)을 약화시키고 투과력을 증가시켜서 장점막에 형성된 장벽의 강도를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장의 내독소와 LPS가 혈

액내로 침투하여 복잡한 전신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생약제 등을 포함한 혼합주를 마시는 경우 혼합된 물질들이 알코올의 작용 외에 알 수 없는 다양한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약제라도 술에 담그는 것은 위험을 내포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들 복합적 작용들이 소장 운동의 이상을 유발하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억제하며 수분의 배설을 촉진함으로써 설사를 일으킨다. 또, 알코올에 의한 소장 점막의 손상은 정상적인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해 영양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과음은 췌장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췌장의 염증은 복통을 유발하고 소장 흡수장애와 당뇨병으로 확대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할 경우가 있더라도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과음을 피하고,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을 피하고, 검증되지 않은 혼합주를 피하며, 반복적 음주를 피할 것을 권한다.

이에 더해 이상 증상이 유발되면 즉각 과학적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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