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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사용의 善한 길은?

의약품 슈퍼판매 “참(眞) 탐구” 자세로 접근

정재훈

2011-09-12 목록 보기

  • 정재훈
  •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학 력>
    서울대학교대학원 약학박사(1995)
    Johns Hopkins Univ. 방문연구교수(2000-2002)

    <경 력>
    삼육대학교 약학대학장(2012~2014년)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1996 ~ 현재)
    삼육대학교 교무부장 (2003~2005)
    대한약학회사업위원장 (2007~2008)
    한국응용약물학회장 (2012년)
    한국의약품법규학회 사무총장(2009~2010)
    대한약학회 총무이사(2010~2012)

의약품 사용의 善한 길은?
의약품 슈퍼판매 “참(眞) 탐구” 자세로 접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들의 수요가 높은 가정상비약을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지난 7월 29일 입법예고하고 오는 18일까지 20일간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약사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은 문전약국 중심으로의 약국 환경변화·심야약국 운영 저조·국민 의식 수준 향상과 의약품 정보의 접근성 향상 등 그간의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해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복지부 발표 이후 “6만 약사들은 잘못되고 편향된 보건복지부의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선언하고 행동에 들어갔다.



“의약품의 슈퍼판매”는 의료분업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로 의약품 소매현장의 약사들에겐 가히 “사태”라 이를만하다. 매우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 자체 또는 이를 시행할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나 연구 결과는 부족한 실정이다.



약사들의 고민, 소비자들의 불평 및 정부의 애매한 조정에 따른 단편적인 주장과 추정이 난무할 뿐이다. 국민 보건을 위한 약학연구자요 약학대학에서 약학도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로서 필자 역시 오늘의 논쟁과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대한 냉철한 전문가들의 고찰을 호소했지만 서생은 메아리 없이 사라져가는 소리를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라도 앞을 향해 질주하는 목소리 큰 분들은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일언에 대해 일고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과연 善한 길로 가고 있는가?”



소위 대학을 眞理탐구의 장이라 한다. 400년 전에도 진리탐구의 장이었던 대학이 아직도 그 사명의 마침표를 달지 못하고 여전히 탐구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眞理” 즉, ‘참’에 대해 묵상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眞善美樂”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참은 절대적이며 변하지 않는 가치이다.



그 진리 즉, 참을 향한 정진과 수행을 “善”이라 할 수 있다. 즉, 선은 참을 구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참을 구하거나 따르는 사람을 ‘선한 사람’, 그런 행동을 ‘선한 행위’라 한다.



우주만큼 선의 범위는 넓지만 그 중에 지극(至極)한 선을 ‘사랑’ 또는 ‘자비’라 할 수 있다. 그 善의 결과가 “美”이다. 즉, 진리를 따르거나 수행한 결과가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리를 향해 산화한 전태일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 칭하고, 선한 행위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기쁨(樂)” 즉, 행복감을 준다. 결국 행복감은 참을 따를 때 이르러 온다. 그러나 “善美樂”은 참에 대한 탐구과정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 과거의 선과 미가 오늘날에 이르러선 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경우들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200년 전만 하더라도 이 땅에서 종(하인)의 불손한 행동에 대해 주인이 사적으로 매질을 하는 것은 선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엔 고용주라 할지라도 사적으로 매질을 한다면 그 것은 당연히 악으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인식할 것은 참은 절대적 가치이지만 선과 미는 상대적 가치라는 것이다. 또한, 선은 종종 가지를 치는 속성이 있어서 선이 선을 지지하며, 진리를 외면한 채 이해에 따라 새로운 선을 조성한다. 그래서 종종 현실 세계에 널려있는 “善”들은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렇게 위장된 선(僞善)은 결국 추함을 드러내고 불행을 가져온다.



의약품 슈퍼판매 “참”의 자세로 접근



오늘 우리가 직면한 “의약품의 슈퍼판매”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참”을 탐구하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탐구과정에 발견한 “참”은 “생명”이다. 우리가 가야할 선한 길은 생명을 지지하고 생명이 가장 고귀하게 여겨지는 길이다. 생명을 지지하는 길이 선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2001년 1월 일본 도쿄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생명)을 구하려다 숨진 故 이수현 청년을 아름다운 청년으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약 관련 제도 역시 참 (생명)을 향해 진화해 왔다. 그래서 의사나 약사와 같이 생명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과 그 과정에 대한 관리가 더욱더 엄격해져왔고 전문적인 자격 기준 역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대신 사회는 참을 구하는 그들에게 제도적으로 적절하게 지원하고 있다. 교육연한의 증가와 전문영역의 세분화 등 의약사의 자격과 교육과정의 진화를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또한, 제도의 진화과정에 대한 가장 쉬운 예로 의료보험과 의약분업을 들 수 있다.



의료보험과 의약분업 제도의 도입으로 국가적 의료비와 약료비는 몇 배가 증가했다. 이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 길이 진리 (생명)를 향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만큼 지불하더라도 이 길이 결국은 선한 길이요 행복한 길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진리를 향한 길 즉, 선한 길에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소의 불편함도 생명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대가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약품 사용 개선안 중에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의약품인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의 1997년 보고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약국 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한 해에만 400~450명이 타이레놀로 인한 약화사고로 사망한 반면 이를 금지한 프랑스에선 18명이 사망했다.



그 사고가 “나”와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생명은 똑같이 고귀하다는 점이다. 편리함으로 결코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 제도를 보강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의약분업도 의약품의 사용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생명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선택한 길이다. 의약품을 슈퍼에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더 편리할지 모르겠다. 그 편리함이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해친다면 이를 복구할 수 없다.



얼마 전 의료단체는 한술 더 나아가 편리함을 위해 병원 내 약국설치를 주장하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모두 생명의 방향과는 반대의 길이다. 오히려 약한 자들의 생명을 위해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의사들의 처방 실수를 더욱 철두철미하게 고찰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향해가고 있는데 우리의 제도는 후진적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편리성과 안전성 비교대상 아니다



편리성과 안전성은 함께 견줄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편리성은 단순히 樂의 기준에 속하는 용어라면 안전성은 眞(생명)에 기초한 용어이다. 편리성은 최고의 이익 추구와 일맥상통 하는 반면 안전성은 생명의 보존과 영속이 연상되는 용어이다. 두 용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편리함이 생명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종종 타인의 생명을 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사고는 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하기 보다 열악한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발생한다.



선진 사회는 그 위험성을 줄여가는 사회이다. 일부 소비자 대표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마치 청소년들이 미성년자들에게 금지된 위험한 일들을 다 자제하며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안전성의 문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아마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책임은 무분별하게 사용한 사람에게 있다.” 분별력이 부족한 생명(취약계층)은 지뢰밭으로 가도 괜찮은 것인가? 분별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도 똑같이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선한 사회이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사회이다.



이것 말고도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많다. 이들 문제에 대해 물론 임기응변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목소리 큰 분들에게 청한다. 우리가 제시하는 길이 진리에 비추어 과연 선한 길인가? 무엇을 위해 그 길을 가려하는가? 우리의 미래 구상 속에 진리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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