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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특집] 항암신약 높은 약가, 과연 적정한가?

‘재정독성’, 가장 위협적인 부작용 요소
혁신신약, 허가 후 사후관리자료 축적돼야 완전한 평가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8-07-24 오전 6:00 페이스북 트윗터 목록 보기 프린트

[김흥태 암정복추진기획단장(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근 출시되고 있는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들은 약가가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암 환자 및 가족은 물론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암정복추진기획단 김흥태 단장(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을 만나 항암신약 약가의 문제점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 항암제 연구개발비, 과다 책정 ‘지적’

암정복추진기획단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에 대해 국가적 대책으로 지난 1996년 정부가 수립한 ‘제 1기 암정복 10개년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조직으로,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가 이곳의 단장을 맡고 있다.

우선 김 교수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고가의 항암제들이 과연 그 값어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항암신약의 연간 평균비용은 10만 달러 이상이며 병용투여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이상 환자가 약가를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설령 약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이는 개인 파산의 원인(2.65배 증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 처방한 용량을 줄이거나 용법을 바꾸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항암제의 높은 약가 책정이야 말로 가장 위협적인 ‘부작용’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재정독성’으로 분류해 특별관리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제약사들이 항암제 약가 책정의 근거로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 투입(미국제약협회: 10년 이상 10억 달러 소요)을 언급하며 혁신비용 및 해당 신약이 기여하는 가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이 제시하는 R&D 지출비용은 투명성이 결여된 데다 높은 임상연구 실패율에 대한 비용을 감안한다 해도 과다 책정된 것”이라며 “여기에는 사실상 향후 신약투자 비용까지 포함돼 있으며 주주들의 이익에 대한 기대까지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암제의 가격이 글로벌하게 동일한 만큼 한국도 비싼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10개 항암제에 대한 1개월 치료비용을 조사한 결과, 비슷한 월 소득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미국보다 절반가량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도표1) 



▶▷ 마케팅 비용 지출, 연구개발비 ‘초과’

김흥태 교수에 따르면 63건의 마케팅 승인을 받은 51개 의약품에 대한 분석 결과, 항암제 가격은 연구개발의 척도인 신규성, 규제 승인, 임상적 이점에 의해 설명되지 않았으며 대신 이 비용은 시장이 짊어질 것으로 믿는 회사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약산업은 지속적으로 두 자리수 이익 마진을 보고 있었는데 특히 마케팅 지출이 R&D 지출을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순이익은 일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도표2) 



김 교수는 “2010년~2020년 항암제 투여 비용은 50% 증가가 예상되고 있으며 신약의 평균 출시가격도 1960년대에서 현재까지 매 10년마다 올라 한 달에 최대 10,000달러까지 급증했다”며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시장구조에 직면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항암제 효과 과대평가 등 문제점 개선 시급

그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선 항암제는 일반적인 수술 절차들보다 위험과 이익의 불균형이 크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항암제의 효과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환자의 인식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환자의 80%가 다양한 부작용 위험(G3/4 부작용 64%)에 노출돼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잠재적인 약물 혜택에 대한 환자의 과대평가를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전이성 암 환자 75%가 완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항암제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시 전체의 30%만이 생존문제에 대한 적절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사전 동의(Informed Consent)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약업계, 항암제 약가 1차적 책임

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시스템을 통해 환자에게 모든 항암신약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부 선진국에서도 새로 승인된 항암제의 절반 미만만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항암제 비용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계경제가 이 비용에 대한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점에 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흥태 교수는 “제약사와 정부는 지속 불가능한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혁신적인 보험모델을 촉진하는 정책 변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종양전문의 입장에서는 제공되는 치료의 가치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며 비용-효과 문제에 대한 환자의 참여를 적극 권장한다”며 즉각적인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또 그는 “항암제가 고가인 핵심 원인으로 제약사들이 R&D 비용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R&D, 제조, 마케팅 비용 등과 관련한 ‘의약품 가격 투명성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약물의 신속 승인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치료 결과 개선과 거의 상관관계가 없이 항암제 가격이 책정된 만큼 제약기업이 항암제 가격을 낮출 1차적 책임이 있다”며 “고가항암제는 결과기반으로 약가를 책정하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비용-효과 분석 후 저비용-고가치 치료에 우선적인 지불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국내 제약, 3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바람직

김 교수는 최근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므로 적정 환자를 판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더욱이 일부 환자에서는 종양 성장이 가속화되는 ‘고진행성질병(Hyperprogressive Disease, HPD)’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한적인 환자에게만 효과적인 항암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등의 개발 당시 임상시험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피험자로 활용하기 때문에 임상기준과 다른 일반 암 환자에게 100%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특정 항암제는 민족 간 차이가 존재하므로 RWD가 축적될 때 까지 신약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가 등장한지는 십 수 년이 경과했고, 소위 3세대로 불리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5년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욱 많은 사후관리 자료가 축적돼야 면역항암제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항암제 개발 전략과 관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뛰어든 면역항암제 개발 보다는 제약사와 제약사, 제약사와 벤처기업 등 우리의 오픈이노베이션 강점을 살린 3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제약기업 역량에 맞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항암제 연구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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