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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코리아 패싱’ 확산 조짐

박능후 장관 약가협상 비판에 다국적제약 ‘발끈’
정부-기업간 힘겨루기 심화 … 시장 ‘철수론’ 제기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8-06-11 오전 10:00 페이스북 트윗터 목록 보기 프린트

보건당국이 글로벌제약사의 약가 책정 행태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제약업계에 ‘코리아 패싱’ 우려가 확산될 조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열린 제71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자리에서 의약품 접근성 저해 요인으로 다국적제약사의 무리한 약가협상 요구를 지목하고 WHO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박 장관의 발언은 최근 일부 글로벌제약사들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는 한국의 약가 수준을 고려할 때 최소한 우리나라 보건당국에서 지적할 일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일부 글로벌 본사에서는 자사의 제품이 유독 한국에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자 ‘시장 철수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박 장관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이 ‘코리아 패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글로벌 본사만의 분위기가 점차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

11일 약가 업무에 정통한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접근성을 저하시키는 진짜 이유는 이중철벽 구조(심평원·건보공단)로 이루어진 한국의 약가협상제도에 있다”며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은 결국 시장을 떠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약가 등재 후에는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전 자체가 현재로선 전무하다. 때문에 글로벌 본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으로 제품이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퇴장방지의약품’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꼼수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이와 함께 국가별 상이한 약가제도로 인해 해외의 실제 약값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다국적제약사가 제시한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관계자는 “표시가와 급여가가 같은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한 데다 이를 공개하고 있는 곳 역시 한국 밖에 없다”며 “전 세계 보건당국 시스템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국내 약가제도의 잣대를 글로벌제약사들에게 무리하게 들이대는 건 차별적인 대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한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의 경우, 단순히 약가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시장 차원에서 ‘갑의 횡포’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가격 횡포로 논란이 된 ‘리피오돌’ 제품처럼 독점약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언제라도 처음 등재 가격보다 무리한 인상폭을 요구할 소지가 있다”며 “일부 제약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전체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정부 입장에선 약업계 전반에 걸쳐 적용 가능한 대안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아시아권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글로벌제약사들이 향후 피해를 우려해 코리아 패싱 역시 의약품 공급 차원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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