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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급여제도 재정비 ‘절실’

의학적 입증과 보험급여 분류체계 간 불일치
“정부, 희귀난치성질환 전문센터 설립 시급”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8-06-05 오전 7:00 페이스북 트윗터 목록 보기 프린트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정부는 희귀질환에 대한 환자 및 사회적 부담을 인식하고 지난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치료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취지 외에도 실제 투입되는 비용과 시설 등 사회적 리소스 투입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그 이면의 취지가 드러나면서 현재 정부가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폐동맥고혈압(PAH)이다.

국내 PAH 권위자인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해 자세히 밝힌 이야기를 정리했다. 



치료제 산정특례, 정부 의지 ‘관건’

일반 고혈압 환자에서 한 달 약값이 10만 원이라면 폐동맥고혈압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백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합병증이라면 시력저하나 콩팥 기능 장애 등을 꼽을 수 있지만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경우, 상당수가 폐 이식 같은 고가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만큼 투입되는 비용과 사회적 자원은 비교 자체가 힘들다.

희귀질환은 조기진단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막고 치료 예후를 개선시키는 게 목표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 등 일부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스크리닝, 사전관리, 전조증상 등을 통해 이벤트 발생 전부터 관리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미 질환이 발생한 후에 이를 초기에라도 정확히 진단하는 수준이 사실상 현재로선 최선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평균 2년에서 길게는 4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가의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도 문제다. 이는 확실한 진단이 전제가 됐을 때 가능한 얘기다. 예를 들어 폐동맥고혈압이 아닌데도 오진에 의해 환자 본인 부담과 사회적비용이 누수 되는 것은 제외됐다는 의미다. 실제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이 더욱 크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정확한 진단을 가정하고 치료제 비용을 들여다보면 지난 10년 간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험급여가 상당 수준 발전한 건 사실이다. 이에 해외에서 사용되던 우수한 약제가 국내에 도입됐고 실제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로 코딩만 적합하게 이루어지면 환자는 10%에 대한 비용 부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안전망이 어느 정보 확보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도 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산정특례를 적용 받아야 하는데 분류체계 자체가 미흡해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선천성 심장질환의 경우, 2차적으로 폐동맥고혈압 발생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이는 학술적으로도 이미 입증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 분류체계로는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인해 속발된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 코드를 받게 되면 산정특례 대상이 안 된다. 반면 ‘원인 미상의 폐동맥 고혈압’ 진단명을 붙이면 산정특례가 된다. 결국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와 보험급여 상의 진단 분류체계가 불일치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재 약제 급여, 질환 특성 반영 ‘절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치료방법이 국내 보험급여 기준하고는 맞지가 않아 제대로 된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여기에는 폐동맥 고혈압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이미 해외 가이드라인에선 2제, 3제 병용 치료를 초기부터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정기준이 까다롭거나 모호할 뿐만 아니라 단계적인 치료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질환의 특성은 반영하지 않은 채 보험재정 절감에만 집중한 제도인 셈이다.

물론 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의 입장도 나름 이해가 된다. 고가의 약을 남용하게 되면 비용 지출이 큰 만큼 단계적인 투여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어느 정도 납득된다.

하지만 이는 재정적 측면으로만 현실적 접근을 할 게 아니라 다재 사용을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보는 게 맞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를 확실하게 선별해 해당 질환을 볼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다재 처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전문센터’ 설립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문센터’ 설립, 최선의 해결책

일본의 지진 대응 시스템이 좋아진 건 그곳에 지진이 자주 발생해서 그렇듯이, 희귀질환 역시 전문센터에서의 사례 반복을 통해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실제 영국의 경우 전문센터 지정을 받지 않은 곳에서 처방을 받을 경우 보험 급여의 환급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희귀난치성질환에 있어 적합한 진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정확하게 나오는 진단 수가 더 적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희귀질환은 중증 암에 해당하는 수준의 예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이 중요하고 전문센터에서 숙련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다제 약물 사용 등 집중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적절한 치료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하기 위해선 현재로선 전문센터의 설립이 가장 최선책이다. 이에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의료진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제도 재정비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자기가 보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전문센터가 설립되기 전이라도 주요 거점병원을 만들어 제대로 된 치료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게 시급하다.

특히 희귀질환 자체가 특수성을 가진 만큼 보험 재정 기준에 대한 선행 근거를 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가의 경험이나 근거라고 인정받기에 약한 연구를 갖고도 진료지침이 개정되는 등 사회적 관대함이 적용되고 있다.

병원들도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희귀난치성 전문기관이 있어도 해당 병원에 환자를 보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의 특성상 병원에 경제적 이득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병원 간 경쟁관계를 버리고 최선의 시스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중에 가장 많은 질환이 바로 폐동맥고혈압이다. 이 질환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제도 개선에 좋은 모델로서 자리매김 했으면 바른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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