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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 비급여는 ‘필요 악(惡)’

문재인 케어, 원점부터 재검토 ‘절실’
정부, “의료계 우려 불식시킬 유인책 제시해야”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8-05-11 오전 6:00 페이스북 트윗터 목록 보기 프린트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박은철 교수]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적정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박은철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과)를 만나 문 케어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변화될 국내 의료체계를 전망해 보았다. 

비급여, 중증질환 보장률 제고 등 ‘왜곡현상’

큰 맥락으로 보면 비급여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데 일단 모두 찬성이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일단 비급여를 급여화 시키는 과정에서 급여수가의 적정성 및 수가의 재분배 문제,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정립 등 크게 3가지가 1차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비급여 자체가 과거에 일부 유용했던 기능으로 작동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필요악(惡)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기준으로 일차의료기관의 처방관련 의료질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직장암과 대장암의 5년 생존률 지표에선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암 생존률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생사와 관련된 중증질환 문제 만큼은 국내 의료의 질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데 그 이면을 보면 비급여가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즉 비급여 의료행위는 의료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비급여 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 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그동안 비급여로 인해 일부 왜곡된 현상을 보여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 빅5로 대변되는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수익을 재투자 해오면서 의료 수준 향상을 유도했다.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라 대형병원의 타격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1조원 매출을 내는 병원에서 5%의 수익감소가 있다고 가정하면 500억 원의 손실분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누적적자로 보면 5년간 2,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빅5 병원 중 살아남을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다수의 의사들도 국민의 시각에서만 문재인 케어를 볼 수만은 없게 된다.

의료체계 붕괴 등 다양한 부작용 ‘우려’

이 같은 비급여에 따른 국내 의료시스템의 부작용은 ‘문재인 케어’ 수립 과정에서 어느 정도 언급됐었다.

문제는 수가와 의료전달체계와 같이 의료계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현안을 문케어에서 어떻게 풀어낼 지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은 정작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케어가 분명 올바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사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문케어를 수가적 측면에서 보면 의원이 ‘위너’, 상급종합병원이 ‘루저’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일반, 단순, 정밀 구간으로 나누어진 급여 수가 자체가 의원급에 유리한 구조다.

반대로 환자 분포 측면에선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상급종합병원으로의 대대적인 환자 이동이 예상된다. 이는 대형병원 입장에서 일종의 손님이 많아지는 효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를 수용하기 위한 병원 확장 등과 같은 매지니먼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의료소비자들은 약간의 비용 부담 차이만 감수하면 의료기관 선택과 이용에 제약이 없는 만큼 이는 결국 급여화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공하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진료영역에서 급여화가 추진되는 과정에 이번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서 나타난 문제가 대형병원과 의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일부 의협 회원을 중심으로 문케어에 반감을 표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정부 지원금 확대 등 실질적 대안 ‘절실’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라 의원가를 중심으로 환자 뺏기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는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형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의원급에서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환자들의 흐름 변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3차 의료기관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전달체계’라는 타이틀로 강조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사실 대형병원의 경우 급여와 비급여 모두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진료를 보던 만큼 최악의 경우는 피했지만 의원급에서는 메이저와 마이너 진료과에 따라 급여 환경에 따른 경영상 리스크 노출이 크게 차이를 보여 왔다.

예를 들어 내과는 백신이나 영양제와 같은 탈출구라도 있는 반면 외과는 비급여가 사라지게 될 경우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대생들도 학부과정에서부터 진료과 선택 기준에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비급여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해 이를 보전할 만한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일부 의협 회원들이 지적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결국 문 케어 시행으로 과거 의원급의 재투자 한계에 따른 상급종합병원과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보건복지부가 환자들에게 의원과 대형병원 간 진료 선택에 대한 강제규정을 하는 것밖에는 없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이에 나온 대안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금 확대를 통해 국내 병원 모두 상생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2018년 기준 보건복지부 예산 총 62조 2,000억여 원 중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지원은 2조 4,000억여 원으로 전체의 3.9%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의료기관에 직접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4,000억여 원에 그치고 있어 전체의 0.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지원금의 절반은 응급의료기금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재원 부족과 적정 수가 보상 등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유인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폐쇄적인 방식으로 일관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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