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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 임상시험 중심지로 부각

임상 수준 향상 및 신약 R&D 역량 강화에 기여
3상 임상시험 집중서 1·2상 임상도 증가세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7-04-07 오전 6:00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프린트

[다국적제약 임상시험 빛과 그림자]

북미와 유럽으로 양분됐던 신약개발 임상시험 시장에 최근 수년간 아시아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은 기술, 정부의 규제 개혁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다국가 임상시험에 있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직은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2%도 채 안 되는 규모지만 전 세계 임상시험 중심지로 도약한 우리나라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돈 보따리’를 싸들고 집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다국가 임상시험의 현재를 냉철히 되짚어 보고 그간의 변화를 통한 향후 전망 등을 예측해 본다.

‘우물 안 개구리’서 전 세계 임상시험 메카로 발전

신약개발에 있어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얻어진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면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할 국가와 속도, 품질 등의 요소가 중요기준이 됐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하나의 공통된 임상시험계획서를 작성해 다양한 국가의 병원에서 다수의 시험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임상시험의 형태다. 이를 통해 반드시 해당 국가의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기보다 단시간에 많은 피험자를 모집해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다국가 임상시험 메카로 자리잡은 것은 먼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내외적으로 임상시험 및 신약 허가제도의 개선 요구에 직면했던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임상시험 개선대책반’을 구성해 가동하면서 국내 임상시험 제도개선안을 마련했고 국제적 조화의 일환으로 임상시험관리기준(KGCP) 개정 등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12월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제도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한국 임상시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은 의약품 임상시험 및 신약허가 제도를 국제적 기준과 조화시켜 다국적제약사의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제약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은 혁신적인 의약품 도입과 함께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 국내 임상시험 투자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직간접적인 투자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임상시험 수준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신약개발 역량을 높임으로써 전 세계 임상시험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다국가 임상시험 10위권, 서울은 세계 2위의 임상시험 도시로 자리매김 했다.

다국가 임상시험 현황

국내에선 2000년대 중반 이후 다국가 임상시험의 양적 팽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기 미국에선 20개 제약기업들이 임상3상 임상시험의 약 30% 정도를 미국 밖에서 실시하고 있었는데 당시 임상시험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을 받고 있던 한국이 매력적인 임상시험 국가로 지목된 것이다.

그 결과 2000년에는 국내에서 단 한 건도 실시되지 않았던 다국가 임상시험이 2015년 들어 300여 건에 달하는 양적 팽창으로 이어졌다.

2007~2015년 다국적 제약사 12곳의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화이자제약이 이 기간 183건으로 가장 많은 승인을 얻어냈다. 이어 한국노바티스 182건, GSK 131건, 한국MSD 107건, 한국얀센 102건, 한국릴리 91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91건, 한국BMS제약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75건, 바이엘코리아 69건,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67건, 한국로슈 63건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도(2015년) 기준으로만 봤을 때는 노바티스와 얀센이 18건의 승인건수를 기록해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MSD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각각 17건과 15건으로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임상시험 횟수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임상시험사업본부(KONECT) ‘임상시험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국가 임상시험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42억 달러로 이는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7.5%씩 증가해 오는 2021년에는 2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NIH ClinicalTrials.gov 보고서로 이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 총 224,186건의 임상시험이 등록돼 있었는데 이들 임상시험의 지역별 분포도가 미국 외 국가에서 46%로 나타났고 이는 미국 내 진행 37%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2006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7년 간 총 420,170건의 2상/3상 업계 후원 임상시험들이 미국 NIH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됐는데 이들 임상시험에 참여한 센터들은 북미 44.6%, 유럽 23.9%, 동유럽 12.9%, 아시아 9.9%, 라틴 아메리카 4.4%, 오세아니아 2%, 아프리카 1%, 중동 지역 0.9%였다. 



이 데이터를 다시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센터가 전체의 68.5%를 차지했고 ‘신흥 지역(Emerging region)’에서 31.5%를 점유했다. 즉,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총 3개 센터 중 1개 센터는 신흥 지역에 위치한다는 의미이다. 신흥 지역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동유럽과 아시아로서 22.8%를 차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제약사 후원 다국가 임상시험에서의 ‘임상시험 계획서 수’ 점유율이 2011년 19위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지난 2015년에는 12위로 상승했다.

또 지난 5년간 제약사 후원 다국가 임상시험에 참여한 전 세계 도시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연말 ‘임상시험 참여 센터 수’ 기준으로 서울은 미국 휴스턴이 기록했던 601개 보다 한 곳 모자란 600개를 기록해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다국가 임상시험 중 1상, 2상, 3상 임상시험에의 참여 비율은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계획서 수, 임상시험 센터 수 모두에서 10~13위를 차지해 미국, 서유럽 국가들과 함께 임상시험의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추세는 실제로 우리나라 임상시험 승인현황에서도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5년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 승인 건수는 675건으로 2014년의 652건에 비해 3.5% 증가했다. 2012년 다국적 제약사의 투자확대로 2011년 대비 33.2% 급증 후 2013년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의해 다국가 임상시험과 연구자 임상시험이 감소함에 따라 2012년과 비교해 약 9.4% 감소했지만 최근 5년(2011~2015년)간 전체 연평균 성장률은 7.6%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다국적 제약사의 효능군별 승인 현황은 2015년 기준 항암제가 5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 중추신경계 7%, 항생제와 면역억제제가 6%, 호흡기계와 내분비계, 소화기계가 4%, 심혈관계 3%, 혈액 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동안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은 3상 임상시험에 집중됐었으나 이는 2015년 들어 3상 임상시험이 다소 감소한 반면 1상과 2상 임상시험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다국적 제약사의 초기 단계 임상시험 증가는 국내 임상시험기관의 인력, 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국내 임상시험 수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제품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초기 단계 임상시험을 국내에서 많이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수 임상 인프라 및 연구자 보유한 한국에 ‘눈독’

다국가 임상시험 참여 국가 및 병원 선정은 신약개발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결정인 만큼 높은 인구밀도와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 실적과 잘 갖춰진 인프라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업계 후원의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함으로써 국가의 수익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자국 경제에 유익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8년 화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을 화이자에서 시행하는 임상 2상의 50%를 진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선정, 우리나라는 신약 R&D 핵심국가로 분류됐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도 이들 4곳 병원과 신약개발 임상시험 우선 협상을 체결하고 포괄적 신약 임상연구 협력체 ‘프리미어 네트워크(Premier Network)’를 구축, 국내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시험을 본격화했다.

최근 한국MSD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항암제 대상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단계부터 국내 연구기관을 지원해 한국의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시키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한국BMS는 지난 2012년 혈액종양내과의 임상 연구 및 학술활동 증진을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OCE(Oncology Center of Excellence)를 설립했다. 두 기관은 공동 임상시험 추진은 물론, 학술연구정보 및 자료 교환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최상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했다. 이를 통해 성모병원은 가치 있는 임상 데이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한국노바티스는 같은 해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임상연구를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했으며 2009년∼2013년까지 5년간 한국에 1억 달러 규모의 R&D 투자금을 전격 투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유수 병원 간 협력관계가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다국적사들이 중국·인도와 같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임상시험 수행 실적, 선진국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임상시험 센터 인프라 및 우수한 연구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다국적사들이 한국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는 실제로 국내 의료진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주도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화이자가 개발한 항암제 ‘크리조티닙’에 대해 전 세계 7개 기관이 참여한 1상 다국가 임상시험을 주도한 바 있다. 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종료(전체 환자의 1/3을 등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크리조티닙이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허가를 받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같은 병원 오병희 교수는 국내 연구진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최초 신약 등록을 위한 다국가 제3상 임상시험의 총괄연구책임자로 선임돼 새로운 고혈압 약제가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는 임상시험에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내 임상연구 수준의 국제 신뢰도 향상에 기여했다.

또 이 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룬드벡의 정신분열병 약물인 ‘서틴돌’의 다국가 신약 등록을 위한 제3상 글로벌 임상시험 총괄 책임 연구자로 선정됐다. 최근 성장해 가고 있는 국내 임상시험 연구 분야에서 국내 의료진의 임상 연구 수준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약개발 성공 담보에 신개념 솔루션 선택

신약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리스크 등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만큼 최적의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이러한 시행착오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럼 이러한 임상시험의 설계부터 관리, 결과 제출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는 실제로 임상시험의 전 과정에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시키고 데이터의 품질을 담보해 줄 만한 최적의 솔루션 제공업체도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이 솔루션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글로벌 상위 25개 제약사 중 화이자, GSK,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 17개사가 ‘메디데이터’社의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약사 중에서는 최근 한미약품과 종근당, 셀트리온 등이 이 회사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데이터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으로 임상시험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에서 시행된 다국가 임상시험 10건 중 6~7건이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데이터의 솔루션은 ▲그랜트 매니저(임상설계) ▲레이브(전자자료수집) ▲페이션트 클라우드(환자결과보고) ▲CTMS, 밸런스, CSA, 코더(임상연구 관리) ▲RBM(임상연구 모니터링) ▲페이먼트(비용관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강점은 실시간으로 다국가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의 진행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의 진행 상황을 체크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다국가 임상시험의 증가는 메디데이터의 성장에 기인했다. 지난 2013년 2억 7,680만 달러였던 이 회사의 연 매출은 2015년에 3억 9,250만 달러로 늘었다.

메디데이터의 이러한 급성장은 과거 문서에 일일이 임상시험 내용을 기록하고 수집해 전 세계 데이터를 모으던 데에서 이 회사의 ‘클리니컬 클라우드’를 통한 임상시험의 계획과 설계부터 수행관리, 분석과 보고에 이르기까지 임상시험 전 과정에 걸쳐 필요한 정보를 단순화, 객관화시켜 제공함으로써 과정 중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 하고 시간을 단축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클라우드에는 1만여 건의 연구수행과 300만명 이상의 시험대상자로부터 얻은 80억 건의 임상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다국적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솔루션을 이용, 전 과정에 걸쳐 통계 분석을 통해 최적의 약물을 최단 시간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함으로써 성공적인 신약개발에 한 발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

초기임상, 국가 경쟁력 지표 … 다국적사 임상 3상에 ‘편중’

우리나라가 그간 글로벌 수준의 다국가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우선 식약처가 발표한 ‘다국적 제약사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보면 지난 2011년에 승인된 총 189건의 임상시험계획 건수 중 1상 임상은 19건에 불과해 전체의 10% 수준에 그쳤다. 이는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총 290건 중 1상이 32건으로 11% 수준에 머물렀으며 2013년에는 전체 248건 중 1상이 25건으로 집계돼 다시 10%대로 떨어졌다. 2014년에는 총 285건 중 40건이 1상에 승인돼 14%로 소폭 상승했으며 이어 2015년에는 다국적사 전체 승인 건수 296건 중 51건이 1상에서 승인돼 17%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의 다국가 1상 시험은 1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서 문제는 다국적 제약사의 초기 임상시험이라는 게 의약품 개발을 위해 외국에서 임상시험용의약품 제조, 동물시험 실시, 계획서 작성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임상시험 수행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연구자와 실시기관을 선정해 실시하는 것인 만큼 의약품의 개발 과정에서 국제 경쟁력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1상 임상시험 건수가 수행 능력과 품질을 대변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란 얘기인데 우리나라는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대부분 초기임상이 아닌 3상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상 승인 건수를 보면 각각 57%(총 189건 중 3상 107건), 62%(총 290건 중 3상 180건), 62%(총 248건 중 3상 154건), 67%(총 285건 중 3상 190건), 57%(총 296건 중 3상 170건)으로 나타났다. 향후 다국적 제약사의 초기 임상시험 국내 유치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상시험 ‘고비용’ 문제 … 매력도 하락 부추겨

또 다른 문제점은 국내 신청자 그룹(국내 제약,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 병원, 국내 기타 포함)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다국적 제약사가 직접 획득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건수의 증가가 둔화된 것도 있지만 다국적사들이 임상시험을 외국계 임상시험수탁기관에 위탁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도 한 몫 했다. 또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다국적제약사가 외국계 임상시험수탁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 낮아진 수익성으로 인해 국내 진출한 다국적사의 조직 축소 등이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문제는 이들 다국적기업이 생각하는 만큼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임상시험 메카에서 거리가 멀어지고 있단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북미나 호주에 비해 임상시험 비용이 낮은 측면은 있으나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고비용인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단 의미다.

특히 후보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에 쓰이는 비교대상 의약품인 대조약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개발자가 부담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대조약 구입비용마저 상승해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선 당초 국내에서 진행하려던 다국가 임상시험이 비용부담으로 결렬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의약품 특허기간은 20년으로 한정돼 있고 신약개발 비용도 약 1조여 원이 소요되는 데다 이 중 60% 이상이 임상시험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선 임상시험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실시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 임상시험에 대한 적절한 지침, 관리 및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여전히 임상시험이 서울·경기지역 등에만 편중돼 실시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서울(1,704건, 55.7%)과 경기도(440건, 14.4%)가 국내 수행되는 임상시험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기타 지역은 부산(196건, 6.4%), 대구(164건, 5.4%), 인천(121건, 4.0%)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실시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폭발적인 양적 증가의 이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KONECT는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실시된 다국가 임상시험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임상시험 서비스의 물량 또는 가격 위주의 경쟁 구도에 머물러 있는 한 다국가 임상시험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교육·비용·제도 선진화 등 경쟁력 제고 ‘총력’ 시점

KONECT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2개 신약 개발사의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한 향후 4년 후의 다국가 임상시험 시장 변화 및 전망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2상/3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현재 점유율 및 2020년경 예상 점유율을 문의한 결과, 신흥국가들은 2020년에 더 많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북아메리카,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감소 또는 정체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은 임상시험 비용 측면에서는 중국,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경쟁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물론 질 높은 임상시험 수행 실적과 선진국 수준의 임상시험 센터 인프라, 우수한 연구인력 등은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에서 한국을 최우선 참여 국가로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선 식약처 승인 및 IRB 승인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임상시험의 준비기간이 아시아에서도 짧은 편이며 서울 등 대도시에 몰려있는 대형 임상시험 센터에서 환자 모집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의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다국가 임상시험의 배경에는 정부 지원 및 당장의 우수한 인력도 중요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뿐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확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특히 교육 인프라 부분은 아직까지 아쉬운 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 국내 저명한 임상권위자들의 대부분은 자수성가형 인물들로 체계적인 임상교육을 받아서라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임상시험실시기관과 연구자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또한 ‘다국가 임상시험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선 규모의 확장뿐만이 아닌 시험결과의 신뢰성 확보 및 안전관리도 최우선 대상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준과 국제조화를 이루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규제 합리화가 요구되는 한편 꾸준히 증가하는 임상시험 소요비용, 임상시험 정보 확보의 부족, 임상시험에 대한 낮은 인식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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