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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산업 제약, R&D가 핵심

열악한 국산신약 100억 대 매출창출시대 열어
FDA·EMA 허가 등 글로벌 시장 진출 기지개

권미란 (rani@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7-03-31 오전 6:00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프린트

[제약산업 R&D 현주소]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른 제약산업의 주축은 바로 신약개발이다. 현재 총 27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고 이중 4개 의약품이 지난해 100억 원대 매출을 돌파하며 국내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상위 100대 제약기업에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4개 국내 제약기업이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 모두 50위권 문턱은 넘지 못했고 세계 제약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R&D 투자 규모면에서 많이 뒤처진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심과 더불어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매년 R&D 투자비율을 확대하고 있어 많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본지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글로벌 신약의 탄생을 고대하며 한국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및 R&D 현주소와 동향 등을 분석해봤다.

‘선플라주’ 필두로 27개 국산신약 탄생
작년 4개 품목 100억 매출 ‘블록버스터’ 등극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산신약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였다.<표1> 헵타플라틴을 주성분으로 한 제3세대 항암제로, 이전 항암제들에서 나타났던 탈모나 신경 독성, 구토 등의 부작용 거의 나타나지 않아 획기적인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술적으로도 많이 부족했고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따라 만들기에 급했던 상황이라서 정부나 업계 모두 신약개발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시기였다. ‘선플라주’가 국내 임상가이드라인 등 신약개발과 관련된 정책 및 제도의 시초가 된 셈이다.

이에 임상시험 진행도 미흡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의사나 환자들도 섣불리 최초의 국산 신약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재도 국산신약이나 제네릭 품목들이 다국적 제약사 오리지널 제품의 장벽을 오르기에 버거운 모습인데 당시에는 오죽했을까. 아쉽게도 ‘선플라주’는 연구개발비용 회수 정도에만 그친 채 국내 처방이 거의 사라지게 됐다.

이어 약 17년간 연평균 1.6개의 신약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이뤄냈다. 처음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연 국산신약은 2002년에 국내 허가를 받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정’으로, 2003년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후 10년간 미국 진출이 단절됐다가 2013년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이 FDA 허가를 받으며 두 번째 미국에 진출한 국산신약이 탄생했고, 이듬해에는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FDA 허가에 성공했다.

‘시벡스트로’는 국산신약 허가 이후 약가 책정에서 갈등을 겪는 등 내수 시장의 한계에 부딪혀 국내에서는 출시를 미뤄오다 지난해 해외 기술수출 성과와 함께 동일 성분인 ‘동아테디졸리드포스페이트정’을 허가받으면서 ‘시벡스트로’ 정제는 국내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임상시험이 완료되면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현지 출시가 예상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신약의 원조 격을 꼽자면 역시나 국산신약 15호인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를 빼놓을 수 없다. ‘카나브’는 현재 41개국에서 한화로 약 4,400억 원에 달하는 3억7530만 달러의 수출 성과를 거뒀으며, 올해는 러시아와 싱가폴, 말레이시아 시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산신약을 개발해도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해 해외 진출을 모색했던 분위기와 달리 이제는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카나브를 포함해 식약처에 등록된 27개 국산신약 중 4개 품목이 지난해 연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며 블록버스터 계열에 올라섰다.

가장 높은 연매출을 달성한 품목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제미메트 포함)’로, 지난해 공동 판매사를 사노피에서 대웅제약으로 옮긴 후 5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대비 두 배가 넘게 성장했다.

이어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4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 500억 원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가 1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5~6월 경 국내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457억 엔, 한화로 약 5천억 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인보사’는 수술 없이 단 1회 주사만으로 1년 이상 기간 동안 통증완화 및 활동성 증가 효과를 확인한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평가받으면서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고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주최하는 제18회 대한민국신약개발상 시상식에서 ‘기술수출상’을 수상했다. 



글로벌용 국산신약 ‘앱스틸라’ FDA·EMA 허가
바이오신약·바이오시밀러 등도 글로벌 진출 가속


앞선 ‘시벡스트로’의 사례처럼 이전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개발 시 국내 출시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 식약처 허가부터 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국산신약이면서도 식약처에는 등록되지 않은 국산신약도 있다.

SK케미칼의 바이오신약 ‘앱스틸라’는 국내 허가를 받지 않아 식약처에 국산신약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FDA와 캐나다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국내 개발 바이오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의약국(EMA)으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

‘앱스틸라’는 개발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개발에 나선 제품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선진출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업계 우려와 우선적으로 국내 허가가 당연시 됐던 고정관념을 동시에 깨버렸다. 전 세계 8조원 규모의 혈우병치료제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저력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품목이다.

국산신약 외에 해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품목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카바페넴계 항생제 ‘메렘’의 제네릭 제품인 대웅제약의 ‘메로페넴’이 제네릭으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고,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2013년 국내 최초로 EMA 승인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FDA 허가도 획득했다. FDA가 허가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지만 항체의약품으로는 첫 품목이다.

올해에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등 4~5개의 제품이 FDA 허가신청을 접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로 올 상반기 내에 FDA에 허가 신청을 접수한다. 미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인데, 앨러간의 보톡스가 독점하고 있어 가격이 저렴한 ‘나보타’가 출시될 경우, 시장의 20~30% 정도 매출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도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지난해 유럽 EMA 허가에 이어 올 상반기 중 FDA에 허가 신청할 계획이다. 트룩시마는 로슈가 판매하고 있는 항암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로,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8조 원에 달하며, 이 중 미국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브라질 정부에 301억 원 상당을 수출한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도 FDA 허가를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FDA로부터 제조 공정 관련 자료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고, 자료 보완을 거쳐 큰 문제가 없으면 올해에는 허가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2015년에는 신풍제약의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 지난해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플릭사비’ 및 ‘베네팔리’와 항당뇨제 ‘루수두나’가 EM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반면, 천연물신약의 경우 해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증 치료제인 ‘레일라정’은 210억여 원, 동아에스티의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은 230억여 원,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240억여 원,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시럽’은 330억여 원, 녹십자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는 110억여 원, SK케미칼 ‘조인스정’은 300억여 원을 기록했다.

이중 ‘시네츄라시럽’은 지난 2013년 미국 그라비티 바이오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을 도모했지만 임상시험 등이 지연되면서 안국약품 측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중동과 중남미 시장은 허가 및 발매를 앞두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서는 베트남에서 제품허가 및 발매를 추진 중이다. 미국 진출도 다른 파트너사를 물색하며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다만, 천연물신약은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여서 추이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부터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새로운 표시·광고 행위가 중단되는 등 정부 지원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5개사 연구개발 중 신약 파이프라인 총 255개
상장 제약기업, 2015년 총 매출액 9.05% R&D 투자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사는 이제 18여년을 맞았지만 현재 국내 신약개발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가 점차 확대되면서 몇 년 내에는 글로벌 신약의 꿈이 실현되길 고대하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국내 주요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 35개사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 가운데 주요 35개사가 연구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255개에 이르고 있으며 이를 업체당 평균으로 환산할 경우 업체당 7.3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연구개발 중인 255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R&D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발매허가 단계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총 3건으로 나타났으며, 임상시험단계(임상 1~3상) 신약 파이프라인이 104건, 비임상시험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이 63건, 탐색단계(후보물질도출, 선도물질도출)에 있는 파이프라인은 8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건의 신약후보물질이 허가절차를 밟고 있고, 신약연구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 3상 단계 신약후보물질이 22건에 달해 조만간 국산신약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또한 26개 기업이 진행 중인 63건의 신약후보물질도 비임상시험 또는 임상시험허가단계(IND)를 거치고 있어 상당수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은 연구개발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면 더욱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비는 상장기업 기준으로 2011년 9,721억 원에서 2012년에는 9,979억 원, 2013년에 1조1,094억 원으로 1조를 넘겼고, 2014년 1조2,901억 원, 2015년에는 1조4,515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비중을 비교했을 때는 2011년(8.5%)부터 2013년(8.2%)까지 3년간 조금씩 감소했다가 2014년(9.8%)에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에는 총 매출액 16조338억 원 중 9.05%가 연구개발비에 쓰였다.<도표>

이와 함께 상장 제약기업별 R&D 투자금액을 분석해보면 한미약품이 단연코 가장 높았다.<표2> 2015년 기준으로, 1,871억5,900만 원을 투자했고 녹십자가 1,019억2,500만 원을 투자해 2위에 올랐다. 이어 대웅제약 999억2,400만 원, 종근당 913억5,900만 원, LG생명과학 779억2,300만 원, 유한양행 726억4,300만 원 순이었다.

특히 아직까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한미약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8%인 1,600억 원을 투자해 전년 대비 투자 금액은 다소 줄었다. 그러나 총 매출액이 2015년 1조3175억여 원에서 지난해 8,827억 원으로 33% 감소한 것과 비교했을 때 R&D 투자비율은 더 늘어났고, 투자 규모면에서도 여전히 선두를 차지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2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20~25% 가량 증액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웅제약과 종근당도 지난해 1,000억 원 투자기업으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매출이 7,940억 원과 8,32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 모두 매출의 약 12~13%를 R&D에 투자한 셈이다.

지난해 878억 원을 투자한 유한양행도 올해 R&D 투자비율을 두 자리 수 이상 늘리기로 하면서 R&D 투자금액이 가장 큰 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로는 1조원 클럽에 가장 먼저 가입했지만 그동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에 6~7% 투자에 그쳤던 유한양행의 경우 10% 가량만 투자해도 1,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 0.01%
정부 R&D투자 8% → 20% 확대해야


아울러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후보물질 탐색부터 마지막 신약 승인까지 성공 가능성은 평균 0.01%에 불과하다. 1만여 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신약으로 인정받는 것은 단 1개 정도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 지난해 제약산업을 웃고 울게 한 한미약품 사태와 같이 신약기술 수출계약이 파기되는 것도 단 1개의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약산업 및 신약개발 지원은 미미하다. 벨기에의 경우 40%를 정부가 신약개발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고, 미국은 37%, 일본은 19%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 정부의 2014년 신약개발 연구개발비 지원 비용은 1천억 원으로 민간 투자 1조2천억 원의 8%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연구개발 비용을 제약기업이 감당해야 하는데 과도한 약가인하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등 국내 제약산업이 매년 2조5천억 원대의 손실을 겪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많은 중소 제약사는 퇴출되고 대규모 제약기업들도 내수 시장에서의 손실을 해외에서 만회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적어도 정부의 R&D 투자 규모를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민간 투자 규모의 20%까지 확대하고 국내외 고가의 임상비용 지원을 통해 제약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해야 한다.

아울러 제약업계가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다름 아닌 약가제도다. 현 보험약가제도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 신약 ‘카나브’의 사례만 봐도 국내의 낮은 보험약가와 약가인하로 인해 해외 진출 시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해 아무리 좋은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수출계약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1,2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약산업의 목소리에 다방면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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